겪어봐야 알게 되는 미국문화(1)
한국인에게, “당신의 눈과 헤어 색은?”이라고 물어보면 무어라 답하시나요? “검은색”이라고 답하는 분이 많을 거예요.
요즘은 그런 문화가 많이 사라진 것 같은데요. 저희 때 (80년대) 봄 방학은 주로 친구들과 자동차 여행을 하던 문화가 있었어요. 차에 온갖 낙서를 하고, 범퍼에 통조림 깡통을 매달고 요란하게 출발하는 자동차 여행. 처음으로 보호자 없이 친구들끼리만 떠나는 첫 여행이라 일종의 성인식 같은 문화였어요.
동부지역 아이들은 주로 플로리다 데이토나 비치로 모여들었고, 저처럼 중서부 캔사스 학생들은 오작(Ozark) 호수로 향했죠. 저도 고등학교 11학년 (한국 고2) 봄 방학 때 친구들과 오작 호수로 떠났어요. 맥주도 한 잔씩 마셔보고 신나게 떠들며 한참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과속으로 경찰에 잡히고 말았죠. 마시던 맥주캔을 서둘러 숨기고… 저희 모두 완전 쫄았죠.
총을 찬 경찰이 다가와 제 얼굴을 힐끔힐끔 보면서 티켓을 쓰기 시작했는데, 혼잣말로, “헤어, 검은색” “눈, 검은색”이라고 하더라고요. 차 안에 있던 4명의 친구가 거의 동시에 난리를 부리는 겁니다. “검은색? 경찰관 아저씨 당신 지금 인격 무시한 겁니다. 어떻게 이 사람 눈이 검은색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밤색이죠. 이 사람 헤어 다시 보세요. 검은색으로 보여요? 그냥 봐도 밤색이잔아요. 이거 당장 신고할 겁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 급 당황스러워 저는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어요. 경찰관이 갑작스럽고 무지 당혹한 기색으로 저에게 마구 사과를 하는 거예요. “동양인을 자주 볼 기회가 없어서 내가 실수했다. 용서해다오. 정말 미안하다.” 친구들에게도 거듭 사과를 하고 팃켓도 주지 않고 보내 주더군요.
내가 생각해도 내 눈과 헤어는 분명 검은색인데, 밤색이라니 이건 또 뭔소리지? 당혹스러워 가만히 있는데 친구 놈들이 한참을 계속 떠들어 대더라고요. “흑인도 아닌데 어떻게 네 눈이 검은색이고, 헤어가 검은색이라는 거야? 웃기는 짜장면이네 진짜”색으로 구별되는 인종 간의 차이와 느낌이 얼마나 다른지를 알게 된 일화였답니다. 백인 아이들 사이에 있는 동양인 아이는 동양인처럼 생긴 백인 아이였던 거에요. 미처 생각치도 못하던 인종문제를 처음으로 알게된 경험이었답니다.
저에 대한 백인 친구놈들의 포용심은 눈물나게 고마웠지만 동시에, 흑인 민족에 대한 미안함도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흑인들을 나쁘게 보지도 않고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흑인 친구들 사이에서 저는 언제나 그저 동양인처럼 보이는 동양인이었다는 거에요. 피부색을 중심으로한 차별을 느꼈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잘 알지만, 재외동포는 다른 사람들에게 비쳐진 우리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쓴 아주 사소한 시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