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고 알게 된 미국문화(3)
얼마 전, 한국인 절친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부탁인데, 당신 커피 내 컵에 따라주지 마.”
몇차례 정중히 말을 했는데도 친구의 습관이 바뀌지 않아서 강하게 내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했다. 친구는 정도 많고 배려심이 강하다. 커피 두 잔을 주문하면 꼭 자기 커피를 내 컵에 더 나누어 주곤 한다. 밥을 먹을 때도 자기 음식을 덜어 나누어주는 데 그게 불편해서, “그건 고마운 일이 아니니까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거듭 부탁하곤 했다. 당근, 친구의 표정이 많이 안 좋아 보였다.
이것은 한국의 “정”이다. 정말 좋은 문화다. 물론 그런 배려를 미국인들도 고마워할 거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은 아닐 수 있으니 삼가는 것이 좋다. 굳이 나누어 주고 싶다면, “커피 조금 더 마실래?”라고 묻는 정도는 오케이. 그 이상의 배려는 오히려 기분을 잡치게 할 수도 있는 거다. “내가 원하면 내 손으로, 내 돈 내고, 내 의지대로 주문해서 먹으면 되는데, 이 사람 왜 나를 애기 취급하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처럼, 나도 방과 후에는 미국 아이들과 이집 저집에 모여 놀았다. 친구 부모님들은 레모네이드 같은 음료를 만들어 부엌 한쪽에 놓아두곤 했다. 놀다가 목마르면 마시라는 뜻이다. 머릿수에 맞춰 컵에 따라다 주면 목이 마르지도 않은데도 굳이 마셔야 하는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집안에서는 자유롭게 놀 수 있다. 단, 친구 방 이외 다른 사람의 방에 들어가는 것이나 그 집 가장의 의자에 앉는 것은 절대 노 땡큐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면 밥을 당연히 챙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국 어머니들과는 달리, “우리랑 함께 밥 먹고 갈래?”라고 묻는다. 먹기 싫다고 하면 그만이다. 함께 밥을 먹을 때도 우리 부모님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 형제는 몇 명이나 있는지 묻지 않는다. 굳이 알고 싶어 할 때는 먼저 자기 가족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나도 자연스럽게 내 가족에 대해 말해주고 싶은 범위에서 말해주는 게 문화였다.
한국의 파티는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문화다. 물론 미국도 그렇긴 하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이 파티에 함께 초대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파티에서 새로 만난 사람과 마음이 맞으면 그 사람의 파티에도 초대를 받게 되고, 그 사람의 다른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친구를 더 만날 수 있게 되는 거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아주 좋은 문화다.
새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파티에 초대를 받으려면 농담도 잘해야 하고 매너도 좋아야 한다. 그렇다고 위트가 부족한 사람이나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고 손해 볼 일도 없다. 그런 부류의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들 파티에 초대할 테니까.
한국의 파티가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미국의 파티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행위다. 내가 한국적인지 혹은 미국적인지를 알고 싶다면, 아는 사람들이 많은 파티를 선호하는지, 아니면 아는 사람은 적지만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이 즐거운 일인지를 생각하면 쉽게 알 수도 있을 것 같다. 결혼하기 전까지 나는 분명 파티전문가 (Partier) 였다. 한국인 와이프를 만난 덕에 이제는 파티가 무엇인지조차 잊고 산다. 그게 쪼끔 아쉽기도 하다. 파티를 겁나 좋아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