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제국은 추락한다 (All Empires Fall)”는 말이 있다. 역사학자들의 말이니 사실일 거다.
콜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한뒤 메이플라워호가 영국에서 첫 이민자들을 태우고 미국에 도착한 것이 1620년이었으니 미 제국도 벌써 400년이 되었다. 역사의 거울에 비추어 보면 400년은 분명 추락을 앞둔 노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잡한 세계역사까지 거론하지 않고 한국과 중국의 역사만 보아도 제국의 수명은 늘 짧았다. 명나라 276년, 청나라 274년. 수나라, 당나라도 다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왕조가 긴 편이었는데 통일신라가 259년, 고려 474년, 조선이 505년간 존재하다 무너졌다. 왜 제국은 “만세, 만세, 만만세”를 부르짖으면서도 1만 년을 가지 못하고 몇백 년씩 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고려도 그렇고 조선도 망할 때는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가꾼 곡식을 이놈 저놈한테 빼앗겨 먹고살기가 어려웠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처음 추곡 한 곡식의 10%를 세작으로 낼 때는 그래도 먹고 살 만했을 거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 수록 죽은 판관, 판관의 아들, 신임 판관 등 뜯어가는 놈들만 줄줄이 늘어나 결국 농사를 지은 농부는 쌀 구경도 못 하는 상황에 부닥쳤을 즈음 왕조가 몰락하고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다는 거다.
미국이라고 다를까? 400년 미국 역사 중 40년을 살아 본 내 눈에는 미국도 망한 고려나 조선과 특별히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 글의 1탄과 2탄에서 소개했듯 미국의 절대 자본가의 독식과 과도한 세금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한 달에 1만 불 버는 사람이나 1천 불 버는 사람이나 월말이 되면 손에 남는 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 한인 자영업자들은 어찌케 어찌케 해서 현금을 꼼춰두는 편이라 그나마 다른 미국인들 보다는 덜 하겠지만 대부분의 미국인은 시스템의 노예처럼 단 한두 달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먹고살 수가 있는 각박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미국을 미워하시는 분들이 기분 좋아하실 일도 아니다. 글로벌 경제라는 공식 때문에 미국이 추락하면 피해를 보지 않을 나라가 몇 되지 안을 테니까. 그런 말도 있지 않나? “미국이 기침만 해도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미국이 추락을 멈출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부의 분배방식을 개혁하는 일. 땅이나 건물에서 얻은 불로소득에 세금 부담을 더 안기고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돈을 더는 빼앗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자본도 자본답게 노동과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만 쓰이도록 하고 주식시장에서 불로소득으로 얻는 돈에는 세금을 왕창 부담시켜야 한다. 그래야 자본이 카지노와 다를 바 없는 주식시장으로 몰려가지 않고 신성한 생산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거다.
성난 미국인들의 대다수는 이런 구체적인 요구를 할 수 있을 만큼 논리적이지 못하다. 나 역시도 그렇고. 경제학자와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짜내야 하는 정책이고 결정이다. 의회를 쳐들어간 성난 미국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멍청한 트럼프가 이뻐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자칫 멈칫거리다가는 그나마 막차까지 놓칠 수 있다. AI와 로봇이 일자리를 본격적으로 빼앗기 시작하면 그때는 어찌해 볼 수도 없게 될 테니 정치인들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의 손자 카블라이 칸이 세운 원나라도 고작 97년 만에 망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1919에 건국했으니 대한민국도 벌써 100세다. 미국의 과거를 답습해 자본가를 위한 법, 국민들의 허리띠를 줄이게 하는 법만 만들다간 그대들 역시 추락할 수 있음을 아셔야 한다.그렇다고 걱정들은 마시라. 나라가 망했다고 국민들이 망하지는 않았다. 제국이 몰락한 뒤에는 언제나 새로운 나라가 세워져 부흥을 반복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