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미국으로 이민 와 문화적 차이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언어가 다르고, 자란 환경이 다르니까. 그렇다면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은 흑백 친구들과 문화적 차이를 느끼지 못할까?
꼭 그런 것 같지 않다. 문화적 차이는 언어나 예절, 에티켓, 풍습 같은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사상적 차이 혹은 가치의 차이는 민족적 특성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유전자를 통해 전달되니까.
그렇다면, 한국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혼혈 한인은 어떨까? 그들이 얼마나 한국적/동양적인지, 아니면 얼마나 미국적인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어보라고 하자. 엄지부터 시작하면 한국적이고, 새끼손가락부터 숫자를 세면 서양적이다. 도마 위에서 칼질을 시켜보라. 밖에서 안쪽으로 칼질을 하면 한국적이고,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칼질을 하면 서양적이다.
문화적 차이는 그렇게 말초신경까지 깊숙한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어쩌면 2세와 3세가 겪는 문화적 차이는 1세 이민자들보다 훨씬 더 혼란스러울 수 있음도 우려스럽다.
우리는 쉽게 장담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힘든 이민 생활도 했고, 희생했노라고.
그런 1세들의 마음은 진심일 거다. 꼭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우리가 2세와 3세를 위해 정말 희생적으로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있느냐에 대한 대답이다.
사임당 소사이어티는 누구도 고민하고 싶어 하지 않던 이런 어려운 화두를 꺼내 들었다. 이것이 한인 이민 사회가 풀어야 할 중대한 숙제이면서 동시에 가장 어려운 도전이 될 거다. 부디 사임당 소사이어티가 정지된 호수에 던지는 작은 돌멩이가 크고 넓은 파장을 만들어 전 세계 각지의 전문가들을 불러 모으는 결과로 나타났으면 좋겠다.
<사진설명: 사임당 소사이어티 버지니아 회원들과 장세희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