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주사가 나오고도 하루 2,000명의 사상자를 내고있는 Covid-19에 가려서 그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 지구 온난화 문제와 식량문제가 숨어버렸다.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이기심 때문에 멈춰 세우기 어려운 문제라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는 피할 수 없는 문제라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고, 말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는 더 그렇다.
해양운송이 어렵고 트럭 운전사가 부족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말하는 게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홍수로 미국, 브라질, 아르핸티나, 호주, 중국, 베트남 등 식량 생산기지가 몸살을 앓게 되면서 식량난은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못사는 나라들의 문제가 아니라 돈이 있어도 부족할 때는 살 수 없는 것이 식량이라서 미국이나 한국도 안전하다고만 말할 수 없는 문제다.
그나마 미국은 넓은 땅에 다양한 기후를 갖추고 있어서 식량 위기가 온다 해도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나라라서 조금은 안심이다. 문제는 그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중남미의 식량난이 극심해질 경우 수십, 수백만 인구가 한꺼번에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몰려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굶주린 사람들을 총칼로 막을 수도 없다. 막을 경우, 국제적인 비난뿐 아니라 미국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수천만 히스패닉 인구의 반발과 저항을 감당하기도 어려울테니까.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100만 분의 1 확률이라도 그런 위기 상황이 벌어진다면 인구 숫자 보다 더 많은 총기로 무장된 미국 사회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상상을 좀더 깊게 하면 그런 혼란이 발생할 경우 동양인의 운명은 어찌 되느냐다. 한국으로 역이민을 갈 수도 없다. 다문화 가정이라고 안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한 정답은 아무에게도 없다. 유일하게 기대하는 것은 정부가 공권력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작동시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뿐이다. 한국 시민권을 가진 재외국민의 경우 한국 정부가 인근 해역을 지나는 선박이나 비행기를 총동원해 구출에 나서는 일밖에는 기대할게 없다.
생사는 하늘이 정하는 일이니 하늘의 뜻에 따르는 것이 진리겠지만, 그런데도 늘 최선을 다해 우리 자신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것 역시 하늘의 뜻인 만큼,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상상해야 하고, 준비하기 싫은 일이지만 준비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필자는 90년에 벌어진 뉴욕 애플 사태와 92년에 벌어진 LA 사태를 기점으로 <문화적응교육>을 주장해 왔다. 미국에 살려면 미국 시스템을 이해하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이민자의 책임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고방식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문화적응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이민자를 온전한 미국인으로 만들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하늘은 자신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처럼, 미국 사회를 끊임없이 배우고 적응하려는 모습을 미국인들도 분명 보고 싶어 할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효과 없는 교육이라 하더라도 반복적인 교육은 자신감을 줄 뿐 아이라 동기를 부여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미국 사회에 조금은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이 한국을 계속 배우려 노력하는 모습과 한국에 살면서도 베트남 방식만을 고집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당신의 느낌적인 느낌을.
사임당 소사이어티가 내건 목적은 바로 이렇게 중요하고 시대적인 소명이다. 함께 어울리고 싶을 만큼 모이면 재미나게 잘 노는 사람들. 실천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바라보는 시각만큼은 올바른 사람들. 우리는 초라해도 되지만 우리 아이들만은 초라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는 어머니, 아버지들의 모임.
사임당 소사이어티의 이런 소중한 가치는 비록 100만 분의 1 확률이지만 혹시라도 벌어질 미래의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우리와 가족을 지켜 줄 힘의 원천이 되어 줄 것이 분명하다. 오늘 아침은 약 13,000명의 아이티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남미로 넘어가 다시 북쪽으로 이동해 멕시코 국경에 수용되어 있다는 뉴스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중남미 다른 나라 국민들이 동요되어 국경으로 몰려오지 말아야 하는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