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한복백화점
+82 41-549-3009
충남 아산시 온양1동 1721
사임당 소사이어티 회원들이 충남 아산에 소재한 조은아 한복백화점을 방문했다. 장세희 회장은, “조은아 대표님과 상견례를 하고 사임당소사이어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뭔가 좋은 일이 벌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30여 년의 세월이 지난 것 같다. 워싱턴 디시에 위치한 사무실을 전철로 출퇴근했다. 매일 디씨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주로 공무원, 정치인 사무실 직원, 로비스트, 법조인, 언론인, 사무직원 등이다. 미국을 움직이고, 세계를 움직이는 수십만의 사람들이 매일 전철을 이용하고 있었다. 습관처럼 무심하게 다니던 전철역 기둥과 벽에 포스터가 붙었다.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의 기모노 전시회 홍보 포스터다. 꼭 전시회를 가지 않더라도 몇주동안 계속 보는 포스터 덕에 일본이라는 나라와 기모노라는 문화가 집중적으로 홍보되고 있는 모습이다.
뉴스로 방송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카메라를 챙겨 전시장으로 가 보았다. 온갖 기모노가 긴 막대에 걸려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일본인 디자이너가 통역의 도움을 받아 찾아온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을 받고 있었다. 박물관 기념품 가게에도 이 기간 동안 기모노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발을 디디기도 어렵게 많은 사람이 몰려와 경쟁적으로 기모노를 사고 있다.
심한 질투심이 일어났다. 천을 반듯하게 잘라 쭉쭉 바느질만 해놓은 것 같은 기모노에 비해 한복은 입체적이고 선이 아름다운데 어떻게 스미스소니언 같은 국제적인 박물관에서 한복이 아닌 기모노를 전시하는지 갑갑한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는 틈 날 때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 관리들을 만나 농담 반 진담 반 투정하듯 따졌다. “한복을 보셨나요? 당신이 한복을 보셨더라면 절대 기모노 전시는 하지 않으셨을 거요.” 몇 년이 걸리긴 했지만, 한국전통문화 옹호인들과 함께 한국의 한복 전시회를 같은 자리에서 개최했다.
문화는 낙수와 같다. 물 한 방울씩 떨어지고 또 떨어져 바위를 뚫는 인내와 끈기가 시대를 지배하는 문화를 만들어 낸다. 밥값도 많이 쓰고, 어렵게 스미스소니언을 설득해 10년마다 한 번씩 한복 전시회를 계속 열자고 제의했고, 관장의 공식승인까지 받았는데 전시회는 아쉽게도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고 말았다. 일본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주로 벗꽃축재와 함께 기모노 전시회, 일본 목공예술, 일본음식 문화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하는데 왜 한국은 못 하는 걸까?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말을 아끼지만, 일본에는 진짜로 일 하는 일본 재단(Japan Foundation)이 있는데 우리에겐 없다는 것이고, 일본인들은 남들이 애써서 시작해 놓은 일을 막판에 빼앗아가는 치사한 사람들이 좀 적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냐고 생각했다.
남들이 애써 시작해 놓은 일을 빼앗아 가는 것까지도 괜찮다. 인간의 욕심은 무죄라서 이해도 된다. 하지만, 기왕 빼앗아 갔으면 제대로라도 하면 좋은데 오로지 자기 사진이 신문에 한 번 나오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정작 빼앗아 가서 내버리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쉬운 일이다.
비록 거친 남자지만, 남자의 눈으로 보아도 한복은 우아하고 아름답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더 많은 영화 티켓을 팔기 위해 유명 미국인 연예인들도 한복을 좋아하는 척(?) 난리다. 미국인들에게 한복을 선보일 최고의 시기라 할 것이다. 더는 치사한 몇몇 인사들 때문에 한복 전시가 중단되지 않도록 조직적인 힘과 합리적인 운영방식으로 매년 500만 명의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한복이 다시 전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아래의 사진을 정리하면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