慈親鶴髮在臨瀛 (자친학발재임영) 늙으신 어머님은 고향에 두고
心向長安獨去情 (심향장안독거정) 외로이 서울로 가는 이 마음
回首北村時一望 (회수북촌시일망) 이따금 머리들어 고향을 바라보니
白雲飛下暮山靑 (백운비하모산청) 흰 구름 떠 있는 곳 저녁 산만 푸르네
사임당은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셨답니다. 어머니 용인 이씨는 딸만 내리 다섯을 생산했고요. 아들을 생산하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사임당의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은 사임당이 남긴 두 편의 시에 잘 나타납니다.
위의 시는 사임당이 38세(1541)에 지은 것이랍니다. 당시는 62세면 지금의 82세 정도였으니 아들을 두지 못한 노모를 친정에 남겨두고 천릿길 시댁으로 떠나는 딸의 심정이 어떠했을지는 모두 쉽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대관령 중턱에서 고향마을을 내려다보는 사임당의 마음이 담긴 시 같습니다.
그렇게 먼 길을 떠나 도착한 곳이 오늘 방문한 경기도 파주의 시댁이었습니다. 사임당과 율곡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자운서원에서 율곡이이와 신 사임당을 조금은 더 가깝게 느끼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