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 만에 마음에 드는 영화를 본 것 같다.
행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데도 사람들은 환각 증세에 빠진 것처럼 쓸데없는 일에만 관심을 두고 이를 무시한다. 세련되고 호방하게 보이면 최고라 생각하는 멍청한 언론, 뭐가 중헌지도 모르는 대통령과 정치인, 지구 종말까지도 장삿속으로 생각하는 천재적인 재벌의 바보같은 모습을 너무도 실감 나게 보여주는 영화다.
행성이 날아온다는데도 이념으로 갈라진 보수와 진보는 행성의 진짜 여부를 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쌈박질만 하고 있다. 상식적인 말이나 행동이 욕을 먹고, 과격하고 파괴적인 사람들이 쫌 있어 보이는 이상한 세상을 꼬집은 영화다.
트럼프 같은 코미디언은 다음 대선에 또 나온다고 설치고 있고, 운전면허 갱신도 불가능한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도 다시 나오겠다는 이상한 세상.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멀쩡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사라진 지 오래고 이상한 사람, 과격한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을 풍자하는 속 시원한 영화다.
디카프리오는 연예인 중에서도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배우다. 어쩌면, 지구 온난화로 종말이 다가온다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환각자들 처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지적하고 싶어 만든 영화처럼 보인다.
과격하게 말한다고 더 위대해지지 않는다. 절대적이라 생각하는 것들이 절대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확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상식이고 지성이다. 쿨하게 말한다고 진짜 쿨 해지는 게 아니다. 터프하게 행동한다고 정말 터프한 사람이 아닐 수 있다. 천한 직업이라도 자부심을 품고 자랑스럽게 일하는 사람이 진짜 쿨한 사람이고, 약자 앞에서는 더 약해지고 강자 앞에서는 더 독해질 수 있는 사람이 진짜 터프한 거다. 진실을 진실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요즘의 이상한 세태를 잘 꼬집어 준 영화 “Don’t Look Up”을 강력히 추천한다.
DON’T LOOK UP, MERYL STREEP as PRESIDENT JANIE ORLEAN. Cr. NIKO TAVERNISE/NETFLIX ©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