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노자의 말씀이라니 틀린 말은 아닐 거다.
살아있을 때는 부드럽고 연약하지만 죽은 뒤에는 딱딱하고 굳어버린다. 人之生也柔弱(인지생야유약), 其死也堅强(기사야견강).
딱딱하고 굳은 것은 죽은 것들이고, 부드럽고 연약한 것은 살아있는 것들이다. 故堅强者死之徒(고견강자사지도), 柔弱者生之徒(유약자생지도). –
노자 도덕경 76장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BTS도 부드럽고 섬세한 모습인 걸 보면 역시 맞는 말 같다. 그런데 요즘 진보와 보수 양극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강하고 딱딱하다.
정치 극단주의(political extremism), 극단적인 진영논리를 우선하여 내세우고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치닫는 정치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좌우를 막론하고 반작용의 원리 때문에 (한 쪽이 강하게 억지를 부리면, 반대 쪽을 자극하여 더 강한 억지를 부리도록 하는) 어느 시점부터는 양측 모두 이성적인 판단기능을 상실하고 감정에 몰입해 가는 모습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사회질서를 파괴할 수 있어 매우 지양해야 할 태도다.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군중심리가 (Mob psychology) 작동하기 시작하면 눈앞에 보이는 뻔한 사실까지도 자신도 모르게 부정해 버리거나 새로운 사실을 만들어 버리는 극단적인 상태에 빠질 수도 있는 거다.
페이스북, 유튜브, 카카오와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도 매일 혹은 매번 똑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다른 단어로 집요하게 반복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편집증 증세가 아닌지, 혹은 자신의 몸과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정치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은 민주주의 시민의 책임이고 권리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견해를 어떤 방식으로 밝히느냐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정책이나 정치인을 후원하고, 응원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까지 좋은 점을 알리는 것을 긍정적 방식의 표현이라고 한다면, 그 반대편의 정책이나 정치인을 헐뜯고, 비방하고, 거짓 정보까지 퍼트리는 것을 부정적 방식의 표현이라 할 것이다. 전자는 부드러운 방식이고 후자는 딱딱한 방식이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부드럽고 연약함보다 딱딱하고 굳어버린 것들이 더 많이 나타남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응원하는 긍정적 표현 방식을 구사하면 “바보같이 무슨 말이냐”고 질타를 퍼붙거나, “이 곳에서는 정치적인 발언을 자제하라”는 비난을 퍼붙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긍정적 표현 방식은 점점 사라져 가고, 반대편을 헐뜯고, 비방하는 사람들끼리 따로 모여 온 종일 부정적 표현 방식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군중심리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긍정적 사고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할 사회를 부정적 사고 중심의 사회로 바꾸는 악의적인 결과를 자신들도 모르게 벌이고 있는 것 같다.어느쪽이라도 좋다. 지지하는 정책이나 정치인을 칭찬하고 홍보하는 일은 부드럽고 긍정적인 일이니 더 큰 목소리로 말해도 좋다. 오로지 반대의견이나 반대편을 욕하고, 지적하고, 비방만 하는 것은 其死也堅强 (기사야견강)해지는 거다. 잘못된 일이다.
노자의 말처럼 모두가 좀 더 부드러워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 번쯤 자신의 모습을 제삼자의 위치에서 바라보고 조금은 더 부드러워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겨도 지고, 져도 지는 멍청한 결론에 도달해 버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