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의 촬영과 편집 기법은 이제 파친코 이전과 이후의 시대로 나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잘 만들어졌다. 촬영장이 캐나다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순자네 오두막집은 리얼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두 번이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원작을 쓴 작가는 7살 때 도미한 재미교포다. 시나리오 작가 겸 프로듀서를 맡은 수 휴스 역시 재미교포 2세 여성이다. 두 명의 감독 역시 일본과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재미교포 2.5세 아들을 둔 나에게 이 드라마는 꿈과 희망이다.
사임당 소사이어티라는 소셜클럽을 만들어 활동하는 큰 누나가 얼마 전 물었다. “우리 클럽의 목적이 2세와 혼혈한인에게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인데, 너는 한인 정체성이 무엇이라 생각하냐?” 잘은 모르겠지만 이렇게 대답했다.
“한국인의 다른 점을 꼽으라면 한(恨)과 정(情)이다. 둘 다 마음 심(心) 자를 의미에 두고 있다. 하나는 “멈추어 있는 마음”이고, 또 하나는 “순수한 마음”을 뜻한다. 한국인은 억울한 일을 당하고 극심한 피해를 봐도 당장 반격하거나 복수하는 대신, 억울함과 상처를 마음속 깊이 간직한다. 한을 품는 거다. 복수를 위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똑같은 일을 당하지 않으려 품는 것이고, 또 그런 일을 당해도 막아낼 힘을 갖기 위해 품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은 단 한 번도 다른 나라를 공격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그렇게 품은 한은 김치처럼 세월이 지나면 잘 익어서 생각지도 않는 긍정의 결과로 나타나곤 한다. 품고 있는 한이 크면 클수록 자기 개발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근면·성실로 결국 승리하는 그런 희한한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 더 대단한 것은 “순수한 마음”을 뜻하는 정이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도 정이지만, 음악이 나오면 어깨를 들썩이는 것도 정이고, 목 노아 쌓인 한을 내뱉는 창(노래)도 정이다. 정은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과 정이 합쳐져 나타나는 현상이 홍익이라는 건데, 이것이 바로 긍정의 힘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한류라고 불리기도 한다. That’s what makes Korean the Koreans.”이라고 말해 주었다. 맞거나 틀리거나 ㅎㅎㅎ
드라마 파친코는 한과 정을 너무도 잘 표현해 주는데, 이 모든 것을 한인 2세들이 풀어서 해석해 냈다는 것이 대단하고 놀랍다. 이런 한과 정은 한민족의 피 한 방울만 섞여도 전달되는 것인데, 이들의 존재를 끝까지 부정하는 한국 정치인들의 속 좁음과 무지를 강타한 드라마라 말하고 싶다.
2 Comments
Junghyung.Lee
열심히 알하고 가정을 잘지키자.!
admin
그럼요. 일도 열심히 노는 것도 열심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