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 소사이어티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 문화체험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한인 1세가 행사비와 음식을 준비했고, 2세들이 진행을 맡아 우리 3세 아이들은 신나게 즐겼습니다. 사임당 소사이어티가 이 행사를 왜 준비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재외동포의 정체성은 세대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1세는 현지에서 경제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몸은 미국에 살면서도 마음은 온전히 한국적입니다.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악수와 목례 정도의 가벼운 차이라 오해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 보면 거의 반대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고와 가치의 차이가 그렇게 크다보니 1세들이 사실 적응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한 한국적 가치를 내재하고 있는 1세 부모 아래 자란 2세는 말못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1세 부모가 기대하는 한국식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학교와 친구들에게서 보고 배우는 사고방식과는 달라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Hypocrisy(위선)라는 용어는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개념입니다. 미국인들은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적인 사람을 비겁하고 피해야 할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이나 채면을 배려해야 하는 한국적 정서로는 행동으로 실천할 수 없는 일이라 해도 그 자리에서는 “네, 노력해 보겠습니다”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말의 진짜 뜻이 “죄송하지만 할 수 없는 일입니다”라는 사실을 상대도 알지만, 상대가 미국인이라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노력하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적인 사람으로 보는 것입니다.
우리 2세들은 말을 하면 말대꾸라 보는 가정과 말을 하지 않으면 불만스러운 사람으로 간주되는 학교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모순 속에 살아야 합니다. 서로 상반된 사고방식을 요구받는 2세들은 2중 인격으로 성장하게 되거나, 아니면 한쪽과의 정서 교감을 포기하고 물 위의 기름처럼 살아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러한 동서양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의 차이는 쉽게 바뀔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방치하거나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최소한 우리 2세들에게 “너희들이 겪는 고민과 갈등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말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큰 위로와 용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 저희 사임당 소사이어티의 믿음과 역할입니다.
근면성실하게 일하는 1세와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정서 속에서 갈등하는 2세들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일이 사임당 소사이어티가 존립하는 이유입니다.
1세 부모든 2세 자녀든 자신의 갈등이 자신만의 문제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자신의 갈등이 이민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문화 충돌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첫 번째 숙제라 생각합니다.
3세는 2세 부모와 문화적 갈등을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별 걱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중앙 아시아 여러 나라와 중국, 쿠바, 하와이와 같은 나라들에서 4세, 5세, 6세까지 배출한 재외동포들의 경험을 고려하면, 우리 한인 3세 아이들이 “한민족”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느낄지에 따라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기량을 발휘할 것인지가 정해질 것입니다. 미국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성장해 나갈 것인지, 아니면 무리 중 한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는 정체성에서 오는 자신감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민간 외교의 가치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우리 한인 2세와 3세는 1인 10역 또는 1인 100역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외국인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 등 우리 2세와 3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가족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효과는 미국의 장관, 주지사, 상원의원 등 수많은 사례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된 사실입니다.
우리 한인 2세와 3세들이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사임당 소사이어티의 존재 이유입니다. 작게는 작게, 크게는 크게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나아가는 사임당 소사이어티가 되겠습니다.
장세희 회장